살가운 내 친구 정다운 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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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벙하게 생긴 탓일까
좀 체 사람이 살갑게 다가 오는 경우가 없다.
아주 가끔 옛 벗들이 죽었나 살았나
혹은 어찌 사나 궁금하여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긴 하다.
오늘이 그 날 중 하루다.
충청도 태안에 살 때
평생학습관에서 영어와 일어 그리고 인문학을 함께 배우며
독서회도 함께 활동 했던 사람들 몇 몇이 안부를 물어 왔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갑자기 내 생각이 나서 안부 전화를 해 보았단다.
그래도 아주 잊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과도 무던히 함께 식사하고 예쁜 카페를 찾아 다니며
세상 이야기도 두런 두런 나누었는 데.
그래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외로움은 나의 긴 한 벗이었다.
다만 그 외로운 순간을
아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던 것은
산이나 언덕을 오르 내릴 때 만난
산 친구들이다.
그 중에서도 길고양이와 야생다람쥐가
특히 좋아라 하며 따라 다녔던 것 같다,
눈에 띄는 한 녀석에게 견과류 두 어 알 던져 주면
어느새 다른 녀석이 쪼르르 달려와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여 준다.
때로는 먹다가 무심코 떨어뜨린 초코파이를
견과류 대신 집어 들고 가는 아이도 있다.
초코파이를 먹는 다람쥐.
아주 가끔 어린 뱀을 잡아 먹는 다람쥐는 보았으나
초코파이를 먹는 다람쥐는 처음이다..ㅎ
다람쥐가 뱀을 잡아 먹을 때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행동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산행을 하다 보면
아주 귀찮은 녀석을 만나기도 한다.
대부분 몇 알 던져 준 견과류에 만족하며 돌아 서지만
성격이 아주 적극적이고 붙임성 있는 아이는
사람을 경계하거나 무서워 하기는 커녕
더 달라고 쪼르르 뒤를 한없이 따라 오기도 한다.
그런 녀석을 뭐하는 짓이냐며
물끄러미 바라 보는 나무 거북도 있고
한심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다른 다람쥐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단코 남의 바짓가랑이 속까지 파고 드는 녀석도 있다.
이 걸 담아내는 내 셀카 솜씨도 보통은 아니다,,ㅋ
이 녀석은 얼마나 용감한 지
발끝으로 툭툭 위협을 해도
끝까지 들어 붙을 기세다.
이녀석들 조차 날 무시하니
아무래도 내가 어벙 하긴 어벙한 가
보다.ㅎ
결국 남은 견과류를 툴툴 털어낼 수 밖에 없다..에휴..ㅠ
생각해 보면
이 세상 모든 생명
그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목숨이 없다.
아스팔트 위에서 만나는 길 고양이도
모래밭에서 맞닥뜨리는 장지뱀도
모두가 귀한 생명들이다.
내 집 거실 한귀퉁이에서 수증기를 머금으며
자라고 있는 아주 작은
이끼조차.
그러나 그 중에서도
역시 제일은 사람이다.
살갑고 정겨운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