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억수처럼 비 온 후 도깨비 꿈을 찾아서...

달무릇. 2023. 7. 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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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일회용 하얀 비닐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좋다.

 

그 소리는

내 첫사랑의 달콤한 입술이

내 혀끝에 닿는 소리와 참 닮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비가 오는 시간이다.

 

비가 오는 시간에는

커다란 통창이 있는 카페에서

억수 같이 내리는 비를 바라 보는 게 참 좋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도 

비가 오는 순간이다.

 

달콤한 라떼 한 잔을 머금고 

목에 넘기는 순간

네 혀가 내 목젖을 앗아 가던 순간이

생각 나서 참 좋다.

 

 

밤새 내리고도 모자랐던 지

 

아침까지 빗줄기가 억수로 내리고 있다.

 

 

억수처럼 내리던 비

다행히 그 비도 오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시 활짝 개였다.

그 틈을 타

잠시 외출을 하라는 배려일까

도서곤에서

7월 신간 잡지를 보다가

문득 옛 골목이 생각 났다.

작은 시장 골목.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골목,

 

아니

그 때보다 훨씬 더 낡고 슬럼화 된 골목.

 

골목들.

 

이런 골목들은 아직도 부산 곳곳에는

그 수도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재개발 조차

하기 어려운 골목들.

다행히 그 골목들 틈새로

감천문화골목도 생기고

 

흰여울 문화 마을도 생겨 났다.

 

문화 마을.

이름은 예쁘지만

낙후 된 골목을 더욱 낙후 시키고 있다.

 

 

백세시대.

화려한 그 이름 뒤에

 

우리 노후의 쇠락된 삶을 

뒤춤에 감추어 둔 것 처럼...

화려한 조명 뒤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

아닌가.

그래도 여전히 초라하지만

용두산 뒷골목 어느 구석탱이에

나도 몰래 흘려 놓은 

 

내 허름한 청춘이

 

여전히 충무동 좁은 구석 하나를 빌린

고갈비 골목에  숨 쉬고 있다는 게

이 또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혹시라도

이 골목 어디선가에

 

나처럼 잃어버린 청춘을 찾아 나선

길 잃은 영혼의 그녀가 있다면

채우다 만 내 빈 공간에

그 허허로운 영혼과 함께

 

빈 공간도 채우고

서로의 허허로운 영혼도 

함께 채우고 싶다.

듣다 만 선율도 마저 채우고

 

서로가 잃어버린

그 허허롭던 청춘의 골목길도

손 잡고 함께 찾아 가 보고  싶다.

도깨비의 꿈처럼

허황된 것인 줄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