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과 아난티 코브로 가며...
^*^
오늘은 워나네를 만나는 날이다.
가기 전에 커다란 백팩을 하나 챙겼다.
용호동에 사는 여동생에게 절반 쯤 주고
오늘은 남은 것 중에 백팩에 들어 갈 만큼의 접시들을 챙겨 담았다.
그릇이 예쁘고 튼튼하여
여러 해 전에는 나름 꽤 귀하고 비싸게 준 그릇이나
지금은 없는 집이 없다.
실용성은 있으나 소장 가치가 떨어져 가는
황혼녘에 들어 선 그릇이다.
그러나 아직도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막 쓰기에는 이보다 더 튼튼한 그릇도 드물다.
낑깅거리며 짊어 지고 간
그릇을 내려 놓고
우리는 길을 떠났다.
긴 명절이라 곳곳의 교통 체증이 심할 것 같아
이 곳 저 곳 어디로 갈까
한참 상의 하다가
마침내 찾아 온 곳은
기장 아난티 코브다.
최근에 핫플레이스로 주목 받고 있는.
그 중에서도
아난티 코브에서는 이 곳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동물의 창자 속 같은 곳..^^
그러나 이 곳에서 무엇보다
내 주목을 받은 것은
카페를 겸한 서점이다.
마치
망미동의 F1963과 같은.
우선 들어서자 마자
커피와 디저트부터 주문 했다.
쇼핑과 구경은 나중이다.
나의 목적은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관람과 풍경 즐김이지만
워나네의 목적은 쇼핑이다.
워나의 말에 따르면
올 여름은 수저 흉내를 좀 내었다고 한다.
여름 한 철.
펜션도 두 곳, 호텔 피서도 세 곳이나
갔다고 한다.
백단위 이상의 옷들도 몇 벌사고
카르띠예 같은 천 단위나 되는 시계도
부부가 함께 샀다고 한다.
그 외 목걸이와 팔찌까지 구입 하며
좀 무리를 한 모양이다.
아프고 나서
부부가 재미있게 살자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쓸 것은 쓰 가면서.
그 얘기를 듣자
흠칫
내게도 작은 깨달음이 왔다.
호텔도 있고
펜션도 있고
레지던스도 있는 탓인 지
여기 저기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다.
창가에 걸터 앉아 간간히 창밖을 바라 보며
독서 하는 아가씨.
많은 서류에 파 묻혀 있다가
잠깐 휴식을 취하며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사내.
평화로운 그림이다.
그러나
그 평화로움은 그림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야외 풍경도 한 폭의 그림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내일은 또 내일
지금을 우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그게 우리 삶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다.
내일을 위하여 지나치게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손들과 함께 하는 내 시간도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약간 허기가 온다.
내부 식당은 손님들이 꽤 많다.
결국 우리는 나와서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명절이라 주변에는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다.
연화리로 갈까 하다가
그렇게 하기에는 집에 가기에
너무 빠듯 하다.
결국 우린 간단히 요기 하기로 하고
회와 전북죽을 주문했다.
그리고
매운탕과 공깃밥을 추가 하니
간단히가 아니라
배가 마냥 부풀어 올랐다..ㅠ
그래도 후손들과 함께 한 하루
이 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되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