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울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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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울 하다.
작년 4월에 잇몸과 이가 왠지 불편 하고 음식을 씹으면 한 번 씩
시큰거리기도 하여
걱정된 마음에 치과를 갔다.
의사는 엑스레이 검사와 육안으로 입 속과 치아 여기저기를
보는 듯 하더니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면서
계속 아프면 큰 병원이나 대학 병원으로 가 보라고 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다음 날 바로 대학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대학 병원이 걸어가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고
지하철로 가면 단지 한 정거장이다.
이 나이에 크고 작은 병원은 물론 대학 병원이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무엇보다 우선 마음의 위안이 된다.
대학 병원이 좋기는 하지만
검사비와 치료비가 너무 비싸 아무 이유 없이 가기는
꺼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도 개인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검사를 한 후
의사의 면담이 있었는 데 역시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더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두 곳의 치과에서 검사를 받고도 분명 치아나 잇몸이 불편함에도
이상이 없다는 소견 아래 아무런 조치나 약제 처방을 받지 못했음에도
그 후 여전히 잇몸이 조금씩 붓기를 느끼기도 하고 치아의
시큰거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엊그제 다시 한 번 개인 치과를 찾았다.
이 번에도 의사는 엑스레이 검사를 두어 번 하고 육안 검사를 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금니 아래에 염증(고름)이 심하니 이를 뽑아야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대학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한다.
참 의사가 양심적이다.
그 정도, 즉 어금니 발치 정도는 스스로도 할 수 있을 텐 데
혹시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대학 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다음날 찾아 간 대학 병원.
이 번에는 지난 번과 달리 검사를 한 두 곳 더 하고
치아 확대 검사까지 했다.
그리고 의사 면담.
역시다.
어금니 아래에 염증이 심하니 뽑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치료를 한 후 당분간 견딜 수는 있겠지만 지금 뽑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이유는 어금니가 그저 금이 간 상태가 아니라 많이 깨어져 있고
깨어진 부위가 많이 벌어져 있다고 했다.
지난 4월에도 그랬겠지만 그 때는 워낙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치아 확대도 해 보지 않아서 발견이 안 된 모양이라고 했다.
그 때 발견 하고 치아 치료를 했더리도 여전히
지금 쯤은 발치를 해야 했을 거라고 말을 한다.
금이간 어금니 사이로 음식 찌꺼기가 들어 가
계속 염증이 쌓여 왔다고 하면서.
결국 3~4일 후 발치 하기로 예약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현관을 나오며 갑자기 우울 해 졌다.
이제 나도 본격적으로 노후에 접어 드나 보다.
여기 저기 치아가 닳아 시큰 거리기도 하는 데 다가
이빨까지 하나 뽑게 되었으니.
그 동안 사랑니를 제외 하고 28개 치아 모두가
건강하였는 데.
ㅠ
대학 병원에서 발치를 하기로 예약을 한 후
곧장 식당으로 갔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다.
이날 밤은 잠도 안방에서 자기가 싫어 졌다.
그래서 매트와 요를 거실로 가져 가서 텔레비젼을 틀어 놓은 채
밤새 뒤척이며 반 뜬 눈으로 날을 새 버렸다.
아침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추운 날씨 임에도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기분 상태는 여전히 울적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다시는 보지 못할 곳으로
멀리 떠나 보내는 기분이다.
앞으로 또 이런 일들이 가끔
한 번 씩 더 일어 나겠지.
그 때마다 늘 이렇게 우울한 마음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