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영도 홍차 왕자...

달무릇. 2024. 3. 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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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이 참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의 깃발조차 꼼짝 않고 누워 있다.

얼른 밖으로 나오라는 봄의 유혹

끝내 이기지 못하고 대충 청소를 하고 서둘러 나간다.

걷기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봄의 트래킹.

아예 길게 집았다.

 

영도로 걷기로 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좀 가까운 흰여울 문화마을로 가려다가

태종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태종대까지 걷기는 너무 먼 거리.

적당히 타협을 본 거리가 신기산업 카페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신기산업 카페가 가까워지고

눈앞에 조내기 고구마 박물관이 보이자 발길이 멈췄다.

눈앞에서 카페 홍차왕자가 유혹을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카페에서 홍차를 마셔 본 지가 언제인 지.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맞아 주는 그림 액자.

그러나 익숙한 건 딱 거기까지 다.

 

홍차를 주문하고 2층으로 발을 디뎌 본 순간.

모두가 변해 있다.

내친 김에 3층으로도 올라 가 본다.

 

3층도 많이 변해긴 했으나 다행히 2층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히 2층 역시 많이 변하긴 했지만

좀 더 세련되게 여기저기를 꾸며 놓아

몸과 마음이 전보다 더 편한 느낌으로 다가 왔다.

 

홍차들도 가지대로 잘 정돈을 해 놓았다.

평소에는 다즐링을 즐기는 편이나

오늘은 아싸미카를 주문해 보았다.

모래시계에 맞춰 3분 후에 따라  마셔야 하지만

첫잔은 채 3분이 되기 전에 따랐다.

 

첫 모금은 조금 연한 맛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분 째, 다음은 그 한 잔을 다 마신 후인

약 4분 째.

 

점점 맛이 진해 간다.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었다.

그리고 나니 다시 차가 제 맛을 찾아 가며

부드러워 졌다.

 

지금부터는 딱 내 입맛이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찬찬히 변한 카페의 모습을 돌아 본다.

익숙한 찻잔과 집기들.

그리고 익숙한 풍경.

이제는 대부분 익숙한 것이 정답다.

내 집처럼 편안한 곳,

나도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익어 가는 것이 나이라고도 하지만

약간은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