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비 오는 날 한밭 수목원 풍경 속에서...

달무릇. 2024. 4. 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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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친구다.

그러나 우리 둘 사이의 나이 차는 꽤 난다.

열 다섯.

반 세대를 뛰어 넘는 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성향도, 취미도 잘 맞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 하고 있다.

 

여행을좋아 하고, 음식 취향도 비슷하고

그리고 둘 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 하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거기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다름이 또한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해 준다.

전혀 같았다면 그 또한 우리의 우정이 이리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했으리라.

대전에 도착 한 다음 날

우리는 한밭 수목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비가 온다고 주저 할 수도 없고 그리 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이미 꽤 오래 전 부터 대전에 오면

한밭 수목원으로 가자고 약속을 해 두었기 때문이다.

너무 이른 시간에 왔을까

수목원이 무척이나 한가 하다.

우선 수목원 입구 공연 예술장 앞에 있는 카페부터 들어 갔다.

움직이기 전에 커피부터 우선 한 잔을 해야 겠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우리 둘은 참 비슷하다.

커피 향을 좋아 하고 커피의 맛을 즐긴다.

그러나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법은 거의 없다.

 

각기 다른 메뉴를 주문 하고는 상대방의 것을 한 모금 얻어 마시면 된다.

얻어 마시는 맛은 또 더 좋기도 하다.

비 탓일까

카페 안도 썰렁 하다.

우리 둘 뿐이다.

드디어 창밖으로  사람 하나가

젊은 아가씨 한 사람이 노란 우산을 쓰고 지나 가고 있다.

청쟈켓, 검은 바지, 하얀 운동화.

전형적인 신세대 아가씨 차림이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얼른 카페 밖으로 나왔다.

촉촉하게 젖은 길.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  작은 바늘처럼 꼿꼿하게 봄비가 내리고 있다.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온 세상이 연두로 가득 했는 데

어느 사이 모두가 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봄비를 한껏 머금은 초록.

싱그러움과 상쾌함이 코와 피부 세포 하나 하나를  뚫고

내 몸 곳곳으로 번져 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초록을 건너 도착한 영산홍 꽃밭.

온통 짙은 핑크색이다.

띄엄 띄엄 부부도 연인도 보인다.

무척 행복 해 보인다.

 

다행히 이슬비가 그 운치를 더 해 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 하다.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 지!

비가 오는 데도 저수지의 분수는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

참 잘 왔다 싶다.

잠시 찾아 들어 온 열대 수목원.

어린 아이와 동반한 가족이 많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찾아 왔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시내에 이렇게 큰 수목원이 있는 데

누가 휴일에 가만히 집에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점심 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식사 후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좀 더 굵어 졌다.

근처 카페에 들러 다시

식후 커피를 한 잔 하며 이번 여행은 여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그는 집으로

나도 집으로.

짧은 일정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오니

치자 꽃이 더 활짝 피어

우윳빛 고운 얼굴로 맞아 주고 있다.

 

그녀의 미소 한  번에 온 피로가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내일은 또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