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용두산 공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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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궁극에는 혼자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혼자 잘 사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그러나 가만히 곰씹어 보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가족이나 배우자와 살아도 외롭거나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거나.
물론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혼자여도 아주 잘 살고 있다고 괘변을 늘어 놓는.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 결코 잘 살 수 없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 우리는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몸이 곁에 있어 주든 혹은 마음이 곁에 있든.
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 난 아침.
창밖 깃발이 움직이지 않은 걸 보니
바람도 자는 듯 하다.
하늘도 꽤 맑다.
진한 모닝 커피를 마시다 말고
문득 어디론가 나가고 싶다.
무작정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섰다.
부처님 오신 날을 얼마 앞 두지 않아서인 지
거리 곳곳에는 화려한 연등이 길을 밝히고 있다.
광복로를 따라 걷다
무심코 그래 무심코 아무 호기심도 없이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 갔다.
늘 오르내리는 작은 공원.
그러나 전국에서도 이름이 난 공원.
공원으로 올라 가는 긴 계단 중간에는 근처 지역 주민을 위한
조그만 간이 운동 시설이 있고 그 옆에는 작은 절이 있다.
에스컬레이트도 함께 있다.
난 주로 에스컬레이트 대신 운동삼아 계단을 따라 올라 간다.
그 계단을 걸어 올라 가는 짧은 시간에도
머리 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즐기기도 한다.
비록 아무 쓸모없는 생각들이지만
잠시 돌아 보는 과거와 내다 보는 미래를 그려 보는 것도
그 순간만큼은 많은 추억이 오고 가고 미래 또한
밝았다가 어두워 졌다가 또 밝아 졌다가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산 정상까지 올라 온 용두산 공원.
공원 한 편에는 마가렛 꽃이 활짝 피어 있다.
비록 작은 화단의 꽃밭이지만
폰의 앵글에는 제법 풍성한 들판을 이루고 있다.
바로 내가 머리속으로 그려내는 넓은 들판
꽃으로 가득한 푸른 들판을 폰이 마법을 부려
내 눈 앞에 펼쳐 준다.
폰의 눈을 통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정경이 그야말로
마법의 들판이다.
하늘 가득 하얀 구름도 사실 한 줌 흰구름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그게 좋아서
어딜 가거나 예쁜 풍경이나 모습에 폰의 카메라를 켜는 게 아닐까.
수 많은 SNS에 올라 오는 그 무수한 아름다운 풍경도
맛있는 먹거리도, 예쁜 카페들도 거의 대부분 이와 같으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또 그들에게 속아 넘어 가고
환상에 잡히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 대한 환상도 전혀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용두산 공원 여기저기를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빠르게 걷기로 운동도 하면서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 모습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보기도 하며 보낸 한 시간 쯤이 되어서야
공원을 내려 왔다.
그리고 찾아 온 카페.
여주인이 오랜만에 왔다며 반갑게 맞아 준다.
다대포 카페의 여주인도 아는 척 해 주었 듯.
디저트는 서비스로 내 주었다.
언제 와도 이 집의 라떼 아트는 예쁘다.
그리고 더 좋은 건 대부분의 다른 카페와 달리
작은 커피 잔이 아니라 머그컵으로 준다는 것이다.
카페를 나와 부평 야시장 쪽으로 향했다.
생각 해 보니 점심을 일찍 먹고 나온 후 아직까지
아무 요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고 딱히 뭐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이 또한 나이 탓일까
염려가 살짝 되기도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원한 재첩국물이 먹고 싶어 졌다.
막상 식당에 도착 해서는 재첩비빔밥을 주문했다.
다행히 함께 나온 재첩국물은 오늘 따라 유달리 더 달고 시원 하다.
내일도 다시 와서 먹고 싶다.
식사 후 산책로를 따라 산책 겸 조금만 걷다가 곧바로
집으로 갈까 하다가
광복로를 따라 다시 용두산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 번에는 계단을 오르는 대신 동주여고 뒷길로 오르기로 했다.
이 학교 자리는 예전 한국 물리학회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용두산 공원의 야경.
낮에는 참 많이도 와 봤지만
오늘처럼 야간에 와 보기는 실로 오랜만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이 주는 요술이 화려 하다.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약간의 설렘을 주는.
화려한 조명이 탑과 건물 그리고 종각까지 끊임없이
색상뿐만 아니라 그 모양까지 변하며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을 홀리고 있다.
밤에 보는 꽃밭도 나름 아름답게 그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꽃처럼 고운 여인이 주변에 없음이 안타깝다.
그리움은 잠시 밀쳐 두는 수 밖에 없다.
낮과 밤이 너무나 다른 용두산 공원같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한결같이 고운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