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야기

간혹 하는 생각...

달무릇. 2024. 10. 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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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말자.

어차피 죽음은 언젠가 내게 찾아 오는 것.

요란하게 찾아 오든가

혹은

소리없이 조용히 찾아 오든가

결국에는 둘  중 하나가 아닌가.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조용한 단조의 음악이나 

슬픈 노래를 듣게 된다.

깜짝 놀라 다른 음악을 듣다가 보면

어느새 텔레비젼 화면 속의 유튜브 음악은 또 

느린 곡의 음악으로 스스로 전환해 있다.

 

그렇게 두어 번 장조와 단조 사이를 오가다가

스스로 지쳐 일반 화면으로 채널을 돌려 버린다.

 

마치

내 하루의 일상 같다.

새벽 해도 채 뜨기 전 캄캄한 밤에 힘차게 항해를 나간 뒤

아침 무렵에 만선으로 돌아 오는 작은 어선처럼

내 아침도 더없이 맑고 쾌청하다가

 

한낮 동안 내내 여기 저기를 쏘다니며 체력을 있는대로

다 소모를 한 뒤에 푹 젖은 걸레처럼 집으로 돌아 오는 나.

그 시간은 거의 어김없이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가장 서글퍼지고 우울에 빠지기 쉬운 시간,

해 저물녘.

바로 그 시간이 귀가 하는 시간이다.

 

몸이 고단하니

자연스레 삶 이후의 삶을 잠시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

그래도 그나마 오늘은 좀 낫다.

집에 오니 작은 선물이 한 꾸러미 와 있다.

히말라야  핑크소금과 지리산 녹차 휴심선차와 고뿔돈차 다.

가격표를 보니 값도 만만치 않다.

이 짧은 순간만은 만사 시름을 잊게 하고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보내 준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잠 조차 꿀잠을 잔다,

 

사람.

참 간사한 동물이다.

다음날 아침 홀로 다대포 바닷가를 찾았다.

바다도 거닐고 싶고

커피도 여유롭게 한 잔 마시고 싶어서 다.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떠나고 싶을 때는 늘 어디론가 훌쩍 떠나갔고

지난 몇 달 전에도  그래왔지만

지금은 당장 떠날 수가 없다.

 

평생학습관 수업이 여기저기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

가을철 감나무의 홍시가 달려 있 듯

글짓기 수업, 영어 수업, 웰 다잉 수업과 팝송 수업

그리고 칵테일 블렌딩 수업도 있다.

 

이 모든 걸 대충이라도 하고 가려면

아무래도 빨라야 이 달 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손익고 발 편한 부산 시내라도 부지런히 다녀야 겠다.

해서 찾아 온 곳이 오늘

긴 모래밭과 넓은 갈대밭이 어우러져 있는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아직은 푸른밫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갈대밭.

 

그러나 많은 부분은 이미 갈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덥다고 몸서리 치며 이 긴 여름이 언제 지나가냐고

아우성을 치는 동안 자연은 벌써 가을 준비를 해 왔던 것이다.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해안선을 따라서 맨발로 걷고 있다.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어싱이다.

 

비록 먼 발치에서 이지만 사람들을 바라 보는 게 좋다.

아무래도 난 영원한 도시인인가 보다.

 

그런 내가 어찌 20여년 긴 세월을 객지에서

사람도 별로 없는 소도시에서 지냈을까.

참 신통하다.

사람이란

역시 환경에 잘 적응하나 보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던 지

그 상황들을 현명하게 잘 헤쳐 나가는 걸 보면.

 

나 역시 그러하다.

혼자가 죽고 싶도록 싫어

간혹 죽음을 생각 하곤 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오고 있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