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디에 사는 곳을 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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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디에 사는가 하는 것은 참 중요 하다.
그 사는 곳 또한 그 사람의 고유 성격과 닮아야 한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은 시골이거나 도시이더라도
조용한 주택가에 사는 것이 좋을 것이고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은 시내 중심가에 있고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에 사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극히 내향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시끄러운 도시의 번화가 한 가운데 사는 것이
좋은 사람이 있다.
외롭거나 마음 한 구석이 늘 虛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다.
바로 내가 그렇다.
그래서 내 집은 시내 중심가 한 가운데에 있다.
도시의 야경이 화려한 곳
그 한가운데가 내가 사는 곳이다.
그래도 다행히 집을 벗어나 조금만 가면
넓고 조용한 갈대밭이 있고
또한 푸르른 바다가 있다.
본래의 내 모습이 그리울 때면 자주 찾아 가는 곳이기도 하다.
눈 부시게 환한 불빛과 잘 어울리는 도시의 밤바다가 있어
그 또한 좋다.
그리고 그 번잡한 세상의 한가운데에 있는
또 다른 세상.
조용한 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외롭고 마음이 힘들고 울적할 때는
서로 어깨를 부딪혀 가며 걷는 좁은 시장통 길이 좋다.
그 곳을 걷노라면 모든 시름이 금방 사라지니까.
커다란 전통 시장은 대도시 속의 또 다른 풍경이기도 하다.
도심 속 공원처럼.
오늘은 꽃무릇이 사람을 반겨 준다.
10월 하순을 달려 가고 있는 데도 유난히 붉다.
그리움이 더 깊어가고 안타까움이 더 짙어 가는 탓일까.
그러나 내게는 네가 반가움이다.
오랜 그리움이다.
내 심연의 사랑이다.
그녀가 영원히 내 곁을 떠나간 달
시월.
이제는 기억도 할 수 없고
그 모습을 그려 볼 수도 없다.
다만
아주 작은 그리움으로만 남아 내 가슴 어느 귀퉁이에서
옅은 숨만 내 뿜고 있을 뿐.
다만
마지막 남긴 한 마디.
좋은 세상 잘 살다 오라고
했던 말.
그 한마디만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늘
상사화 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