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차를 잘 못 탄 덕분에...

달무릇. 2025. 3. 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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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 난다.

오전.

집안 일을  이것 저것 하고 나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점심은  외식이다.

예외가 거의 없다.

점심 시간이라 집에서 간단히 때울 수도 있지만

암튼 점심만은  외식을 고집한다.

 

그리하여 찾아 온 곳이 롯데 백화점 10층 식당가다.

지하와 4층 그리고 5층에도 식당이 있긴 하지만

10층 식당가가 가장 제일 무난하다.

조용하고 깔끔하고 가격도 무난하고

거기다가 전망좋은 식당도 몇 개 있다.

오늘은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찾아 온 명지 

진목 카페.

명지에서는 몇 안 되는 대형 카페 중 하나다.

 

이 카페에서는 바다 대신 낙동강을 바라 보며

차를 마실 수가 있다.

겨울 철새들의 한가로움을 함께 느끼면서.

처음에는 오랜만에 태종대로 넘어 가서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이리로 왔는 데

참 잘 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진목 카페 바로 옆에는

명지에서 또 하나 유명한 대형 카페 어라우즈 로스터리도 있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진목라떼다.

원래 찬 음료를

더구나 겨울에는 더 더욱 선호하지 않지만

이 카게의 이름을 딴 메뉴라 주문을 해 봤다.

 

처음 쭈~욱 한모금 들이키고 난 후

얼음을 덜어 내었다.

 

다행히 맛은 있다.

카페가 아주 커지는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낙동강이 훤히 보이는 야외 테라스들이 

나란히 있어 그런 모양이다.

 

이럴 때는

혼자라는 게 약간 아쉽기도 하다.

 

자유가 참 좋긴 하지만

그 자유를 조금 포기해도 좋을 순간이다.

누군가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카페의 분위기와 라떼의 맛을 줄긴 후

다시 시내로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를 잘 못 타는 바람에 시내로 나오는 대신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다.

 

하지만 그 것이 내게는 되려

커다란 행운이 되고 말았다.

 

몇 달 전부터 겨울 철새 무리를 보기 위하여

벼르던 곳이었는 데

어찌 어찌 하다보니 올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러

아! 올 해도 텄구나 여겼는 데

버스가 나를 이 곳에 데려다 줄 줄이야!!

바로 낙동강

맥도 자연생태공원이다.

 

공원 입구로 발을 내 디디는 순간

내 온 영혼이 상쾌해져 왔다.

 

우선 심호흡을 하며

양팔을 쫙 펼치고 온 우주의 기운을 내 몸안으로 한껏

빨아들였다.

 

이 길...

얼마나 아름다우냐.

양쪽으로 강을 두고 그 사이로 쭉 이어진 

좁은 오솔길.

 

사람 하나 없는 길.

 

이 천상의 길을 온통 나 홀로 

즐기고 있지 아니한가.

 

우연히 찾아 온 길.

내 영혼을 한껏 정화 시켜준 길.

 

사람의 만남도 이러하리라.

우연히 만난 사람이 어쩜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 올 지도 모르는...

 

예전

그 사람이 그러했듯이.

오늘의 하루.

제법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