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잘 못 탄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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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거나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거나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 난다.
오전.
집안 일을 이것 저것 하고 나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점심은 외식이다.
예외가 거의 없다.
점심 시간이라 집에서 간단히 때울 수도 있지만
암튼 점심만은 외식을 고집한다.
그리하여 찾아 온 곳이 롯데 백화점 10층 식당가다.
지하와 4층 그리고 5층에도 식당이 있긴 하지만
10층 식당가가 가장 제일 무난하다.
조용하고 깔끔하고 가격도 무난하고
거기다가 전망좋은 식당도 몇 개 있다.
오늘은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찾아 온 명지
진목 카페.
명지에서는 몇 안 되는 대형 카페 중 하나다.
이 카페에서는 바다 대신 낙동강을 바라 보며
차를 마실 수가 있다.
겨울 철새들의 한가로움을 함께 느끼면서.
처음에는 오랜만에 태종대로 넘어 가서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이리로 왔는 데
참 잘 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진목 카페 바로 옆에는
명지에서 또 하나 유명한 대형 카페 어라우즈 로스터리도 있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진목라떼다.
원래 찬 음료를
더구나 겨울에는 더 더욱 선호하지 않지만
이 카게의 이름을 딴 메뉴라 주문을 해 봤다.
처음 쭈~욱 한모금 들이키고 난 후
얼음을 덜어 내었다.
다행히 맛은 있다.
카페가 아주 커지는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낙동강이 훤히 보이는 야외 테라스들이
나란히 있어 그런 모양이다.
이럴 때는
혼자라는 게 약간 아쉽기도 하다.
자유가 참 좋긴 하지만
그 자유를 조금 포기해도 좋을 순간이다.
누군가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카페의 분위기와 라떼의 맛을 줄긴 후
다시 시내로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를 잘 못 타는 바람에 시내로 나오는 대신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다.
하지만 그 것이 내게는 되려
커다란 행운이 되고 말았다.
몇 달 전부터 겨울 철새 무리를 보기 위하여
벼르던 곳이었는 데
어찌 어찌 하다보니 올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러
아! 올 해도 텄구나 여겼는 데
버스가 나를 이 곳에 데려다 줄 줄이야!!
바로 낙동강
맥도 자연생태공원이다.
공원 입구로 발을 내 디디는 순간
내 온 영혼이 상쾌해져 왔다.
우선 심호흡을 하며
양팔을 쫙 펼치고 온 우주의 기운을 내 몸안으로 한껏
빨아들였다.
이 길...
얼마나 아름다우냐.
양쪽으로 강을 두고 그 사이로 쭉 이어진
좁은 오솔길.
사람 하나 없는 길.
이 천상의 길을 온통 나 홀로
즐기고 있지 아니한가.
우연히 찾아 온 길.
내 영혼을 한껏 정화 시켜준 길.
사람의 만남도 이러하리라.
우연히 만난 사람이 어쩜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 올 지도 모르는...
예전
그 사람이 그러했듯이.
오늘의 하루.
제법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