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길은 언제 가도 정겹다...
^*^
작고 아담한 그리고
약간 비탈길에 위치한 아파트.
그 아파트에서 저녁을 막은 후
베란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야경이
내게는 참 좋다.
뷰도 좋고 품위가 느껴지는 카페의 커피를 좋아하며
사브작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전원적이거나 목가적 풍경을 좋아하기보다
이처럼 도회적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이 도회적 분위기의 밤을 보낸 다음 날
다시 집을 나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본격적인 걷기에 나섰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보통은 최소 2시간 이상을 걷는다.
물론 동행없이 혼자 걸을 때 이다.
지하철 동대신 역에서
천마산을 타고 송도 해수욕장까지 골목길을 따라
걷기로 아예 집에서 작정을 하고 나왔다.
그렇게 골목길 걷기를 시작한 지 채
얼마도 되기 전에 기분좋은 풍경을 하나 만났다.
집은 집인데 아니
조그만 가정집의 담은 담인 데
그 담의 꾸밈이 예사스럽지 않다.
주인의 괴팍스러움과 재치있는 예술성이 한 번에 드러나는
그런 담이다.
담벼락에 작은 바퀴를 두 개 붙여 놓아 영락없는
소형자동차 모양이다.^^
천천히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그 골목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말 할 것 없이 좋지만
골목길 틈틈이 있는 묘한 예술적 풍경이
더 나를 매료 시킨다.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발길은 나도 몰래 감천항 입구에 있는
감자탕집에 닿았다.
얼마 전에 다크 생초컬릿을 사 왔던 식당.
오늘도 이 식당에서 감자탕을 먹고
식당과 함께 있는 조그만 카페에서
아주 오랫만에 카페라떼를 마셨다.
일년에 서너차례 마시는 아이스라떼다.
늦은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으니
다시 나머지 길도 본격적으로 걸어봐야 겠다.
그런데
아차!
방향을 잘못 잡아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려는 발길이
그만 감천문화마을로 빠져 버렸다.
꿩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 번 경우는 차라리
닭대신 꿩이라고 해야겠다.
감천문화마을도
오래된 골목마을이다.
6.25전쟁 때 피란민촌으로 형성된 마을.
흰여울 문화마을처럼 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곳 모두가
갈 때마다 조금씩 어딘가 변해 있다는 것이다.
꽤나 발길을 자주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골목길 여기저기에는 벌써 샛빨간 장미꽃이
작은 화분에 활짝 피어 예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올 봄은 참 유난히도 빨리 왔다.
빨리 온 그 만큼 또 금방 지나가겠지만...
감천문화마을의 오리카페
이 오리카페에 김고은도 바로 얼마전에 왔다 간 모양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여주인이었고 영화 은교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이처럼 감천문화마을을 비롯하여
골목길을 걷는 일은 언제나 내게는 소소한 행복의 일상이다.
때로는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오늘 하루도 짧지만 긴 산책을 한 후
조금 전 식당에서 구입한 화이트 생초컬릿 한 입으로
기분좋은 피로를 풀어 낸다.
가끔
곁에 누군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허상을 꿈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