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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은 비바람조차 몰아치는 듯 하더니
지금은 바람조차 깊은 잠에 빠진 듯
온 사방이 고요하다.
컴을 열어 카페에 들어 가 포스팅도 보고
댓글도 들여다 본다.
그러다 문득
댓글 하나가 가슴 아프다.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첫사랑.
아무리 돌아 보고
갖다 붙여 보아도
내게는 첫사랑이 없었고
억지로라도 첫사랑이라고
우겨 볼 만한 사연 하나 없다.
그저 그냥
잠시 스쳐갔던 인연들만
몇 몇 있었을 뿐.
그래서
난 시를 쓰지 못한다.
학창 시절에 고등학교 백일장에서
상도 받아 보고
교지에 글도 실릴만큼 감성도 없지 않았으나
제대로 된 글이나 시를 써 본 적은 없다.
감성적이고 깊은 글을 쓰려면
최소한 한 두 번 정도의 사랑도 있어 보고
가슴 쓰라린 이별도 해 보아야 겠지만
내겐 그런 추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 해 보니
그 캄캄한 굴속 같은
아픈 기억이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 가
싶기도 하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아파 하며 헤어 지고.
그러면서
해맑은 얼굴 하나가 생각 난다.
뛰어 가다 돌아 보고
돌아 서서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며
환하게 웃음을 나눠 주던 얼굴 하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허공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나고 만화경처럼
혼자 돌아 가다
사라지고 마는.
그렇다고 첫 사랑은 아니다.
나도 저를 사랑한 적 없고
저도 나를 사랑한 적 없다.
단지 둘 다 허기가 졌을 뿐이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그 때
아주 잠깐
서로의 영혼에 작은 상처만 남겨 두었을 뿐.
그나마 그 상처도
바닷가 모래밭에 새겨졌던 상처라
얼마나 다행인 지!
나드리를 갔다 집에 오니
주문해 두었던
보약들이 도착했다.
요즘들어 몸이 허약한 지
괜한 생각들만 자꾸 들어
몸보신이나 좀 하고 싶어.
몸이라도 건강해야
제대로 된 구걸이나마
할 수 있지.
p.s:
나이 드니
몸만 노쇠해 지는 줄 알았더니
마음조차 노쇠해 져
꼰대가 되어 가는 요즘.
그래도
리즈 시절이 있었고
주사 시절이 있었다며
허세를 떨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