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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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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첫사랑

달무릇. 2023. 9. 15. 22:11

^*^

낮 동안은 비바람조차 몰아치는 듯 하더니

지금은 바람조차 깊은 잠에 빠진 듯

온 사방이 고요하다.

 

컴을 열어 카페에 들어 가 포스팅도 보고

댓글도 들여다 본다.

 

그러다 문득

댓글 하나가 가슴 아프다.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첫사랑.

아무리 돌아 보고

갖다 붙여 보아도

내게는 첫사랑이 없었고

 

억지로라도 첫사랑이라고

우겨 볼 만한  사연 하나 없다.

그저 그냥

잠시 스쳐갔던 인연들만

몇 몇 있었을 뿐.

 

그래서

난 시를 쓰지 못한다.

학창 시절에 고등학교 백일장에서

상도 받아 보고

 

교지에 글도 실릴만큼 감성도 없지 않았으나

제대로 된 글이나 시를 써 본 적은 없다.

감성적이고 깊은 글을 쓰려면

최소한 한 두 번 정도의 사랑도 있어 보고

가슴 쓰라린 이별도 해 보아야 겠지만

 

내겐 그런 추억이 없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 해 보니

그 캄캄한 굴속 같은 

아픈 기억이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 가

싶기도 하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아파 하며 헤어 지고.

그러면서

해맑은 얼굴 하나가 생각 난다.

 

뛰어 가다 돌아 보고

돌아 서서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며

환하게 웃음을 나눠 주던 얼굴 하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허공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나고 만화경처럼

혼자 돌아 가다

 

사라지고 마는.

그렇다고 첫 사랑은 아니다.

나도 저를 사랑한 적 없고

저도 나를 사랑한 적 없다.

단지 둘 다 허기가 졌을 뿐이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그 때

아주 잠깐

서로의 영혼에 작은 상처만 남겨 두었을 뿐.

그나마 그 상처도

바닷가 모래밭에 새겨졌던 상처라

얼마나 다행인 지!

나드리를 갔다 집에 오니

주문해 두었던

보약들이 도착했다.

 

요즘들어 몸이 허약한 지

괜한 생각들만 자꾸 들어

몸보신이나 좀 하고 싶어.

몸이라도 건강해야

제대로 된 구걸이나마

할 수 있지.

 

p.s:

나이 드니

몸만 노쇠해 지는 줄 알았더니

마음조차 노쇠해 져

꼰대가 되어 가는 요즘.

 

그래도

리즈 시절이 있었고

주사 시절이 있었다며

허세를 떨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