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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다녀 온 피로감.
그 피로감으로 인해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에
아침 잠도 일찍 깼다.
물 한 잔을 들고 다가 간 창가.
흐릿하고 노란 해가 작은 바다 건너 편에서
떠오르고 있다.
아른 아침의 안개 탓일까
미세 먼지 탓일까
일기예보에서는 미세 먼지 이야기가 없었던 걸로 보아
거의 그렇 듯 동녘에 길고 얇게 퍼진 구름 탓이거나
아침 안개 탓인 것 같다.
아니면 어제의 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유 이기도 하다.
암튼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내가 역마살이 끼이기는 참 많이 끼여 있는 모양이다.
일어나자 마자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니.
해서
집을 나와 찾아 온 곳이
다대포 해수욕장이다.
꽤 오랜만이다.
산책객도 여기저기 있고
샛노란 꽃들도 아직 지지 않고 예쁜 품새를 뽐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고 있고
또 한 편에서는 아직 피어 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름답다고 여겨 지지는 않는다.
유채꽃은 이미 지겹도록 보고 또 보았기 때문이다.
해서
유채꽃을 뒤로 하고 얼른 해변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해변 모래밭은 맨발로 걷기에 더욱 좋다고 한다.
그 한쪽에서는 봄맞이 공연이 한창이다.
가수의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중년들이다.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또한 중.노년들 이다.
그 공연조차 뒤로 하고 나도 양말을 벗고 신발을 들고
맨발 걷기를 하러 해변으로 나갔다.
발가락 촉감이 참 좋다.
사그락 사라락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를 들어 왔다 나가면서
발바닥에 주는 촉감이 그지없이 좋다.
기분 같아서는 종일 이렇게 바닷가를 맨발로 걸으며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몸과 마음에 치유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몸은 갈대밭으로 향했다.
이제 막 뽀송하고 푸른 솜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갈대밭.
짙은 갈색의 가을 밭도 좋지만 이렇게 긴 겨울을 지나고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새 삶과 청춘을 맞이 하는 봄날의 갈대밭을
바라다 보는 것도 더없이 좋다.
아직 바닷가 갈대밭의 모습은 지난 겨울의 흔적을
완전히 다 버리지 못한 채 여전히 마음 한 켠에는
지난 계절의 추억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 중 이 맘 때의 모습이
내게는 가장 예쁘게 다가 오는 갈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갈색의 머리 아래로 푸른 옷감을 온 몸에 걸치고 있는
봄날 한 가운 데의 갈대 모습.
마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모습 같아 좋다.
그러나 오늘 내가 이 바닷가
다대포 해수욕장을 찾아 온 진짜 이유는
해당화 꽃이 피었을까
피었으면 얼마나 피었을까 궁금해서 였다.
역시 내 바램대로 여기 저기 해당화는 그 꽃을
만발하게 피워내고 있다.
지금부터 꽤 오랫동안 해당화는 피고 지고 하겠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꽃을 보러 찾아 올 테고.
그러고보니 그 곁에는 붉은 아카시아 꽃도 활짝 피어 있다.
아카시아 꽃을 보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 온 느낌이다.
긴 팔, 다소 두꺼운 옷을 좋아하는 나도
서서히 얇은 옷이나 반팔을 준비 해야 할 듯 하다.
꽤 긴 시간 동안 다대포 해수욕장을 돌고
오랫만에 찾아 온 카페 그런 날.
주인이 아는 척을 한다.
몇 달 만에 찾아 왔음에도 아는 척을 해 주니
더욱 반갑고 고맙다.
카페 벽에 캘리 그래프로 쓰여 진
예쁜 글귀 하나.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그래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당신 이다.
지금 내 마음 속을 알고 있는 그 사람
바로 당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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