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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꽤 긴 세월을 살아왔다.
그 세월동안 참 이런저런 일과 사건도 많았다.
우연도 있었고
필연도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도 많았고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찾아 온 일들도 참 많았다.
나와 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랬다.
선배와 후배
이웃과 지인 사이.
그리고 많은 벗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무엇보다
이성과의 만남과 헤어짐들.
이제 와 새삼 되돌아보니
그들과의 인연들도
참 많았던 것 같다.
수년. 십 수년. 혹은 그 보다 더 오랜기간 머물렀던 인연.
그리고 몇 달 잠시 스쳐간 인연과 인연들.
그런데 그 수많았던 인연들 중 어느 하나 내가 먼저 다가 가거나 마음을 준 인연은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마음을 주었으나 먼저 그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어릴적 풋사랑 때도 그랬고
혈기 왕성하던 청년 때도
그러했다.
하물며
평생을 살아오며 가장 사랑했던 여인에게 조차
내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참 많은 인연들이 내 곁을
오고 갔던 게 신기하다.
내 평생 살아오며 한 번도 못해본 일.
아마
앞으로도 평생 그 일을 한 번도 못 해본 채
이승과 이별을 하고
말리라.
그래도
더 잘 한 한 가지는 있었다.
더 잘한 한 가지.
그것은 글쓰기 였다.
글쓰기를 통해 옛날엔
국내외 펜팔을 했고
가상 공간에서는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참 좋은 인연들을 맺고
이어 왔다.
내 길었던 칠십 생에서 가장 사랑했던 단 한 사람의, 천사 같던 여인을 만났던 것도 처음엔 가상 공간에서 였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
내 개인 계정을 통해
우연히 만나고 사랑을 주고
주고 받았던
하나 뿐인 내 소울메이트도
처음은 가상공간에서 였다.
그러한 그녀에게 조차
내가 먼저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긴 시간
긴 날
전화로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 받고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도
내 마음을 먼저 전하지
못했다.
사랑하면서도
그저 그녀가 먼저 다가 와
주길 바랬고
그리고
그녀는 그리해 주었고
가약까지 맺었다.
그리고 몹쓸 방해꾼으로
인해
그녀는 짧은 생을 묻어두고
내곁을.이승을. 떠난 지도
벌써 십 수년.
그녀를 보내고
수 년이 흐른 후 부터
그녀를 잊었노라
마음속으로 나름 크게 외쳐보지만
외로울 때.
사람이 그리울 때는
문득 문득 그녀가 심연으로부터 솟구쳐
오름을 막을 수가 없다.
그녀를 잊기 위해
또 새로운 인연을 맺기 위해
블로그를 열고
카페를 열고
또
남의 카페에 들어가
이런저런 포스팅을 하기도 하고.
남의 포스팅을 보며
외로움을 잠 재우기도
벌써 수년 째.
그리고
예전에 아내를 만났듯이
다시금 이런 가상공간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을 맺어보고 하기도
하였지만
모두 스쳐가고
잠시 머물다가 간
인연들 뿐이었다.
그 사이
딱 한 사람만 빼고.
오래도록 곁에 머물도록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왠지 이제는 예전 같지가 않다.
세상이 변해서가
카페가 예전 같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러하리라.
그렇다고
새삼 나를 바꿀 수도
없다.
새삼 나를 바꿀 수 없는 것.
그 것은 바로 여지껏 한 번도 SNS 상에서 내가 먼저 누구에겐가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 포스팅에 대한 메일이나 쪽지, 그리고 댓글에 대한
답댓글 외에는
하물며 댓글조차 내가 먼저 올린 적도 거의 없다.
70년 넘는 세월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것.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것
하나.
그건
좋아하면서도 내가 먼저 다가 가 보지 못했고
마음에 품었으면서도
먼저 고백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인생의 끝 날.
내가 참으로 아쉬워 할 것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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