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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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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카페 1941에서의 비망록

달무릇. 2023. 7. 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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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 가장 비참한 순간이기도 하다.

 

한 순간 향기로운 꽃 잎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그렇게 젊음은 순간에 흘러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 짧은 청춘을 

우리가 단 한 순간도 허비 할 수 없음은

이 때문 이기도 하다.

반면 노후의 삶은 느긋하다.

긴 질곡의 세월을 다 딛고 이겨 나오고

이제는 그 젊음과는 전혀 다른

피안의 세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한 귀퉁이에서

제 자식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모르고

지나쳤던 세월

 

대신 이제는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그 지친 세월의 보상을 누리고 있지

아니한가!

이제는 조각배처럼 저 멀리 떠 내려 간

험한 세월의 바다를 바라 보며

느긋하게 차 한 잔 할 수 자유로움이

우리에게 있지 아니한가.

언제나 남의 것만 같았던

고요한 숲속.

 

까투리 장다리 푸드득 거리는 소리

마음껏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고

 

산새. 물새 노늬는 모습

마음껏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우리는 온통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늘 남의 것만 같았던 단란한 세월도

이제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었고.

그래서

나이 듦이 참 좋다.

몸이 건강하고

다리만 허락하면

 

아무 것도 못할 것이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풀꽃 하나에도'애정을 듬뿍 담아 줄 수 있고

도서관에 가서도

종일 느긋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작은 숲속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 보며

마음껏 들 숨 날숨을 하여도

아무 거칠 것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세월을 온전히 우리는  품고 있지 아니한가 

젊음은 아직도 걸어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주어 진 세월의 공원에서

질곡졌던 젊은 시절을 웃으며

한담하며 날릴 수 있지 아니한가

오늘도 난  그 젊음을 저 멀리 내려 보낸 채

한가하게 뒷짐을 지고

오래된 고택을 찻집으로 꾸민

카페 하나를 찾는다.

 

카페

초량1941

 

일제 말기 1941년 일본식 가옥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

 

이 구옥도 한 때는

세월의 한 가운데에서 

내 젊은 시절처럼 질곡된 세월을 보냈으리라.

지금은 편안한 찻집으로

변모하였지만.

이 집은 커피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우유 메뉴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집의 우유가 좋다.

오늘은 생강 우유로 정했다.

 

생강 맛과 어우런진 달달하고 고소한

우유의 맛.

카페 뒤편에는

초량 이바구 289길이 있다.

내 유소년 시절의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내 젊은 시절의 질곡도 함께 

품고 있는

그 때 그 시절..

그 가파르고 긴 길들을

우리는 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여기까지 와 있지 아니한가.

 

그 때 그 시절

우리들만 가질 수 있는 추억들.

 

그것은

우리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