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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는 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 가장 비참한 순간이기도 하다.
한 순간 향기로운 꽃 잎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그렇게 젊음은 순간에 흘러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 짧은 청춘을
우리가 단 한 순간도 허비 할 수 없음은
이 때문 이기도 하다.
반면 노후의 삶은 느긋하다.
긴 질곡의 세월을 다 딛고 이겨 나오고
이제는 그 젊음과는 전혀 다른
피안의 세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고단했던 삶의 한 귀퉁이에서
제 자식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모르고
지나쳤던 세월
대신 이제는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그 지친 세월의 보상을 누리고 있지
아니한가!
이제는 조각배처럼 저 멀리 떠 내려 간
험한 세월의 바다를 바라 보며
느긋하게 차 한 잔 할 수 자유로움이
우리에게 있지 아니한가.
언제나 남의 것만 같았던
고요한 숲속.
까투리 장다리 푸드득 거리는 소리
마음껏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고
산새. 물새 노늬는 모습
마음껏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우리는 온통 가지고 있지
아니한가
늘 남의 것만 같았던 단란한 세월도
이제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되었고.
그래서
나이 듦이 참 좋다.
몸이 건강하고
다리만 허락하면
아무 것도 못할 것이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풀꽃 하나에도'애정을 듬뿍 담아 줄 수 있고
도서관에 가서도
종일 느긋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작은 숲속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 보며
마음껏 들 숨 날숨을 하여도
아무 거칠 것이 없이 즐길 수 있는
세월을 온전히 우리는 품고 있지 아니한가
젊음은 아직도 걸어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주어 진 세월의 공원에서
질곡졌던 젊은 시절을 웃으며
한담하며 날릴 수 있지 아니한가
오늘도 난 그 젊음을 저 멀리 내려 보낸 채
한가하게 뒷짐을 지고
오래된 고택을 찻집으로 꾸민
카페 하나를 찾는다.
카페
초량1941
일제 말기 1941년 일본식 가옥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
이 구옥도 한 때는
세월의 한 가운데에서
내 젊은 시절처럼 질곡된 세월을 보냈으리라.
지금은 편안한 찻집으로
변모하였지만.
이 집은 커피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우유 메뉴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이 집의 우유가 좋다.
오늘은 생강 우유로 정했다.
생강 맛과 어우런진 달달하고 고소한
우유의 맛.
카페 뒤편에는
초량 이바구 289길이 있다.
내 유소년 시절의 꿈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내 젊은 시절의 질곡도 함께
품고 있는
그 때 그 시절..
그 가파르고 긴 길들을
우리는 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여기까지 와 있지 아니한가.
그 때 그 시절
우리들만 가질 수 있는 추억들.
그것은
우리들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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