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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산의 원도심 골목 골목들을 둘러 보았다.
부산의 원도심.
그리고
그 골목들.
그 곳에는 내 유소년의 추억과 내 찬란했던 젊음이
힘차게 숨을 쉬었던 곳이고
그리고 지금은
그 추억들이 심연의 깊이 아래서
고이 잠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어둠조차 깊이 잠든 시간에
그 타임캡슐이라도 열어 볼 심산으로
밤새 내내 그 시간들을 오락 가락 하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 부터
하나 하나 건져 올려 보았다.
제일 먼저 올라 온 기억은
가난한 내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던 유년 시절의 기억도 아니고
황태자의 첫사랑 노래를 부르며
을숙도 낙동강변 작고 초라한 강변 생맥주 집에서
낡고 헤어진 청바지를 입고 벗들이랑 어울리며
너는 부어라 나는 취하리 하며
노변을 휘젓던 시절도 아닌
막 소년기에 들어 섰던
우리들의 추억이다.
짧고 얕았지만
오랫동안 내 삶에서 긴 여운을 남겨 주었던
작은 소녀에 대한 추억 추억들.
소위
풋사랑.
그 풋사랑을 우리는
연두색 나뭇잎이 돋아나기 시작할 때
용두산 공원을 함께 걸으며
시작했고
공원 숲에서 한여름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나무잎 색이 짙어지는 속도만큼
딱 그만큼 우리의 풋사랑도 깊어져 갔다.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
약간 더 성숙해 진 우리는
무아를 찾았고
그 컴컴한 음악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 지..ㅎ
긴 장마 속에서도
씻겨 나가지 않는 추억들.
어쩜 그런 추억들이 그리워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이 보이고
용두산 공원을 금방 찾아 갈 수 있고
함께 거뉠 던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그리워
내 인생 끝자락 삶의 터전을 잠시 이 곳으로
정했는 지도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이 모든 기억들이
옅어지고 거의 다시 사라질 즈음에는
약간의 미련을 남겨둔 채
또 이 곳을 떠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부산의 원도심 골목 골목을 천천히
힌 바퀴 돈 후
집에 오며 사 온 체리 한 봉지.
깨끗이 씻어 한 알을 목구멍에 넣자.
그 달콤함이 마치
그 때 그 시절
잘 익은 풋사랑만큼이나 달디 달다.
그러나 역시
여전히 삶은 현실이다.
배가 출출하니
감자라도 두어 개 삶아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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