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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런 말을 했다.
다 부질이 없다.
노년에는 그저 혼자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
가족도 친구도 가능하면 멀리 하고 살아라.
혼자 살면서 잘 사는 것 그것이 장 사는 것이고
가장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는 방식이라고.
그러나 노년은 외롭다.
고독은 젊은이가 즐기는 것이고
외로움은 어쩔 수 없이 노년에게 찾아 오는 숙명같은 것이다.
숙명.
피할 수 없는 것.
하지만 그런 숙명이라도 잘 받아 들이고 잘 이용하고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내 친구가 될 수가 있다.
비록 그것이 거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불운과 같은 것일지라도.
어쩌면 60~70년쯤 살다보면 한 번은 우리 모두가 겪지는 않았을까.
아주 몇몇의 예외를 제외 하면.
그러나 살아 가다 보면
이 모든 것은 어느새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잊혀져 가면서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우리곁에 다가 오는 것들도
얼마나 많은가.
부모를 잃는 일.
배우자나 혹은 자식을 잃는 일 조차도
시간이 가고 다시 좋은 일이 겹치면 서서히 잊는 게
사람이지 않는가.
그건 바로 망각의 힘이다.
하지만 그 망각도 이웃이 있어야 하고
내 곁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모든 시름을 잊게 되고 그 시름을 잊는 것이야 말로
행복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 바로 행복인 것이다.
노년에는 젊은 시절의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만
주변의 이웃과 대화를 하기도 학고 거리에 나서다 보면
노년에도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추억을 만들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거리에 나선다.
걸어도 걸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심심하고
피곤 하면 그냥 길거리 아무 카페에라도 들어 간다.
카페에 들어서면 문을 채 다 열기도 전에 밝고 카랑카랑한 젊은 여직원의
반가운 인사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인사가 끝나자마자
내 주머니의 사정을 봐 가면서 적당하게 마시고 싶은 차 한 잔을 주문한다.
그 다음 창가쪽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카페를 한바퀴 눈으로 빙 둘러 본다.
동네 카페라 그저 아담하고 조그맣다.
그래도 그런 곳이 우리에게는 더 정감이 간다.
나이가 들어 가면 적어도 보는 욕심은 줄어 드는 것 같다.
그저 안락한 의자 하나면 충분한 것 같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처럼 그다지 명상을 할 것도 없다.
새삼 이 나이에 명상은 무슨.
그러다 보면 어느새 주문한 음료가 나온다.
친절하고 센스 있는 주인은 주문한 차 외에 다과나 한과를 두어개 서비스로
내 놓기도 한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참 고마운 마음으로 다가 오기도 한다.
마치 이발소에 갔는 데
이발소 주인이 머리를 감겨준 후 얼굴을 수건으로 두어 번 더
정성스레 딲아줄 때만큼 기분이 좋다.
인생이란 굵은 사건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 소소한 일상이 기분좋으면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행복이란 이처럼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
그리고 사실 늘 행복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은 늘 겹쳐서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맑은 하늘과 흐린 하늘은 늘 겹친 채로 하늘에 있지 아니한가.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해서 우리는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그저 순응하면 되는 것이다.
애써지 말고.
특히 노년에는.
비오는 시간은 맑은 하늘이 끝나는 시점이고
비가 그치면 맑음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그렇게 시점과 종점은 늘 한 점 한 자리에 있기 마련이다.
모든 순간 또한 그러하듯이.
부산.
부산은 거의 모든 것의 시점이고 종점이다.
77번 국도의 시점이고
2번 국도의 종점이다.
같은 장소 같은 점 위에 있다.
물론 7번 국도의 시점이고 종점이기도 하다.
오고 가는 물류의 대부분이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그들의 시점이고 종점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동네이기도 한 부산.
이 곳엔 카페도 많고 이름난 식당도 많다.
그것도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곳에.
바다를 품고 있기도 하고
산에 안겨 있기도 하다.
내 집 또한 카페이기도 하고
식당이기도 하다.
여느 카페나 식당 부러울 것 없는.
단지 아쉽다면 늘 곁에서 함께 하는 소울메이트가
없다는 것.
그래도 내게는 천사보다 고운 우렁각시가 있다.
그래서 내 노년은 누구 하나 부럽지 않은 삶이다.
아직 까지는.
노년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소중 하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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