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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선다는 것은 설레임이다.
때로는 아주 작은 설레임으로
때로는 아주 큰 흥분을 불러 일으키는 설레임으로
다가 온다.
작은 설레임은 물론 집 부근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 다니는 일이고
큰 설레임은 해외나 국내라도 먼 여행지를 향해 떠나는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집 가까은 나드리라도
큰 설레임으로 다가 올 때가 있다.
무슨 무슨 행사가 있을 때 그렇다.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조금 일찍 집을 나왔다.
목적을 두고 나오지 않은 터라
갈 곳이 많다.
온천장역에서 금정산을 오를까
범어사에서 금정산을 오를까
아니면 백양산을 타고 가다 금정산으로 갈까
많은 생각이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구덕산 산행을 생각 해 보기도 하고
성지곡 수원지도 후보에 넣어 보았다.
무턱대고 집을 나와 지하철 역에 도착하자
구덕산 가는 방향 지하철은 막 손님들이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그 쪽으로 가는 방향은 패스 하고
반대 편 지하철 개찰구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부전역에서 내려 부산 시민 공원으을 들렀다가
성지 공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성지곡 공원에서도 금정산을 탈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마침 교대역에서 기장 해수욕장으로 가는
동해선 열차로 바로 갈아 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기장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결정을 해 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기장 해수욕장으로 가지 않고 오시리아 역에서 내려
송정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동행도 없고 목적지도 딱히 없으니
그저 마음 가는대로 아무렇게나 방향을 틀 수 있으니
홀로라는 게 참 좋은 순간이다.
혼자가 되니 슬슬 걸어도 발걸음이 빠르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죽도 공원이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 시랑대를 거친다는 것이
바로 송정 해수욕장으로 와 버렸다.
아무렴 어때
그 덕에 시간도 벌고 다리도 덜 아프게 되었잖은가
송정과 기장은 바닷길을 따라 크고 작은 카페들이 참 많다.
그것이 바로 나로 하여금 늘 송정과 기장으로 유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좋은 카페가 온갖 손짓으로 오라고 불러대며 유혹을 한다.
그러나 꾹 참고 찾아간 곳은 별다방이다.
엊그제 벗으로부터 별다방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스벅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도 나쁘지 않다.
늘 그렇지만 혼자 카페에 갈 때에는
오래 앉아 있는 법이 거의 없다.
반 시간 정도 머물다가 서둘듯이 하며 밖으로 나왔다.
카페를 나와 죽도를 돌기만 하면
바로 송정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들어 서자마자 눈에 들어 온 것은
수많은 학생들이다.
남녀 공학 고등학생 단체 같기도 하고
대학생 저학년의 동아리 모임 같기도 하다.
무슨 게임을 하는 지 왁자하게 떠드는 모습이 귓뿌리 깊숙하게 파고 든다.
한 무리가 아니다.
다른 무리는 물속에서 놀고
또 다른 무리는 물 밖에서 게임을 한다.
상의 벗은 채.
난 상의를 얇게 입었다가
바닷가에 도착 하자마자 겉옷을 백팩에서 꺼내 한 겹 더 꺼내 입었는 데.
젊음이 부럽다.
번잡한 송정 해수욕장을 벗어나 해운대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바닷물이 참 맑고 푸르고 잔잔 하다.
물속깊이 잠겨보고 싶다.
그저 마음 뿐 이다.
해안을 따라 카페가 참 많기도 하다.
과히 커피 도시 부산 답다.
첫 눈에 사랑이라...
드디어 올라 온 송정~해운대 간 데크 길 산책로.
송정 해수욕장에서 아득하게 보이던
다릿돌 전망대도 걷다보니 금방 이다.
이 다릿돌 전망대의 소망 물고기.
자기들 아이 아이돌 되게 비는 젊은 부모 마음이
신세대 답다.
걷다보니 어느듯 해운대에 입성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게
바다도 바다이지만
한참 제작 중인 모래조각 작품들이다.
작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들었지만
올해도 많은 방문객이 찾을 듯 하다.
열흘 후에는 이 모든 작품들이 완성 되어
사람들에게 눈호강을 시켜 주겠지.
섬세하고 멋진 작품도 많이 전시될 테고
때로는 우스꽝스런 작품도 함께 전시 되겠지.
그 모두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 하면서.
피카소의 작품조차 눈에 보인다.
하지만 먼저 배가 고프다.
점심을 일찍 먹고 먼 길을 걸어 온 탓이리라.
메뉴를 고르는 것 보다
허기 해결이 먼저라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으로 찾아 들어 갔다.
근데 하필 찾아 간 곳이 순대국밥 집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발은 늘 먼저 찾아 간다.
마음과는 다르게.
그래도 맛있다
아마도 순대국밥을 좋아 하나 보다.
나도 모르는 나의 식성이다.
본격적인 전시회가 열리면 다시 꼭 찾아 와 봐야 겠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중년 이상의 부인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부근에 사는 주부들인 듯 하다.
춤을 추면서도 모두가 깔깔거린다.
마치 어린 소녀들처럼.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나도 끼이고 싶다.
광장에서는 한창 분수쇼가 열리고 있다.
가깝지만 긴 하루의 여행길.
피곤 하지만 행복한 나드리였다.
다만 아쉽다면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이 나드리 길이 더 행복 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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