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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잠시라도 집에 있는 것이 심심하고 좀이 쑤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지체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
무엇을 하든 집에 있는 것 보다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하기 때문 이다.
몸에도 정신에도
무엇보다 좋은 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일어 나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것이라는 게 늘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것과 별로
다름이 없다 할 지라도.
집을 나오자마자 식당으로 찾아 갔다,
배가 고프다거나 속이 그다지 虛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아주 가끔 꼭 그런 날이 있다.
왠지 무언가 땡기는 날이.
오늘은 그것이 돈가스다.
유부우동과 함께 나오는.
식사를 한 후 산책삼아 찾아 간 곳.
그 곳은 백년도 넘은 적산가옥을 문화원으로 개조한 곳이다.
중구 문화원.
중구 평생 학습관은 용두산 공원 올라 가는 입구에 있어
그 곳은 종종 방문 하는 곳이지만
이 곳 중구문화원은 마음을 먹어야 찾아 올 수 있다.
그렇다고 찾아 오기에 힘들다거나 아주 번거로운 것은 아니다.
고작해야 근현.대 박물관에서 큰길을 건너 5분 정도만 걸으면
찾아 올 수 있는 곳이다.
역시 백년이 된 부산 기상청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라 평수가 넓다거나 건물이 그다지 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곳에 오면 때에 맞춰 이런 저런 전시회를 많이 열기 때문에
한 번 씩 찾아 오면 마음에 작은 휴식을 가질 수가 있어 좋다.
이 번에는 부산 원도심의 이런저런 모습을 사진과 그림으로 전시해 놓았다.
일반인 작품도 있지만 초등학생들의 작품이 많다.
그럼에도 원도심의 모습을 이 곳 저곳 잘도 찾아 그려 표현 했다.
그 그림 속의 많은 모습과 풍경들.
아니 거의 대부분이 내 어릴 때 삶의 목습이다.
그림에 빠져 물끄럼히 바라 보고 있노라니 만화경이 파노라마가 되어 빠르게 흘러 간다.
물이 귀한 시절
한 동이의 물을 얻기 위하여 한 시간 넘게 긴 줄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
그리고 물지게가 없어 사내 아이가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나르던 모습.
한 봉지의 밀가루 배급을 받기 위하여 먼 길을 찾아 가 다시 길게
줄을 서야 했던 모습.
새해 설 등 명절이 되면 단 몇 가닥의 떡가래를 뽑아내기 위하여
손을 호호 불어 가며 두어 시간 넘게 줄을 서던 모습.
그렇게 당시에는 줄을 서는 게 일상이었고 그리고 그게 아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던 시절.
그렇게 줄을 서는 게 일상이었기에 지금도 어디를 가든 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당연하고 그러려니 해야 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이제는 어디로 가든 지 줄을 서는 게 마땅치가 않다.
아무리 유명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도 줄을 서서 찾아 가는 걸
좋아하지 않고
아무리 풍경이 아름답고 커피와 디저트의 맛이 좋다고 하여도
애써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유명하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 가기 보다
외관과 내부가 깨끗하고 손님 접대를 할 줄 아는 식당이 좋고
뷰와 커피 맛이 조금 덜 하더라도 기다리지 않고
차 맛을 홀로 혹은 둘이서 즐기는 것을 더 좋아 한다.
그 일상이었던 긴 기다림의 줄들이 내게는
참 아픈 기억이었나 보다.
가끔씩 하게되는 긴 줄을 그 때 처럼 조금만 경험하면
맛있는 차와 좋은 뷰를 즐길 수 있을 텐데
그 걸 마다 하는 걸 보면.
오늘 저녁은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이 예약되어 있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찾아 간 온천천.
온천천을 따라 길게 꾸며 진 불빛거리가 참 아름답다.
내 남은 생의 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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