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온다고 한다.
오늘 좀 늦게.
오랫만이다.
약간은 설렌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지루 하다.
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여 목욕탕을 찾았다.
동래 온천에 위치한 허심청.
이 허심청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수질이 좋고 깨끗한 대형 온천으로.
더구나 동래 온천장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길 건너에는 호텔 농심이 있다.
꽤 오래된 호텔이라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다.
숙박객에게는 허심청 온천권도 제공해 준다.
그리고 또 한켠에는 지금은 전문 한식당으로 운영 중이지만
예전에는 이름난 기생식당 이었던 동래 별장도 있다.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음식값이 아주 비싸지는 않다.
어지간 하면 누구나 가서 즐겨 볼만 하다.
그러고 보니 부산으로 이사를 한 후
한 번도 허심청 외에 다른 목욕탕을 가 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 번은 있었구나.
목욕을 한 후에는 거의 서대 재첩국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데
오늘은 담백한 돼지국밥을 선택했다.
다른 식당에 비해 고기를 많이 주는 편이다.
식사를 한 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부근 카페를 찾아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그가 올 시간이 아직도 넉넉하여
느긋하게 책도 보고 창밖을 바라 보며 시간이
지나 가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왔고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한 후 늘 하던대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는 시간은 아쉽게도 대부분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이라
백화점 식당가로 찾아 간다.
백화점 식당가는 브레이크 타임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식당가는 지하에도 있고
4층과 5층에도 있지만 우리들은 매번 10층으로 향한다.
제일 조용하고 전문 식당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각자가 주문한 첫 메뉴는 보리굴비와 장어구이 정식이다.
그는 보리굴비를 좋아하고 나는 장어구이를 좋아 한다.
보리굴비 식당은 대부분의 식당이 그러하지만
종업원이 직접 곱게 굴비를 손질해 준다.
녹차 한 대접과 함께.
때문에 손님이 직접 손에 비린내를 묻힐 필요가 없다.
아주 특이 하지만 때때로 종업원의 손으로 보리굴비를 손질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손님이 있기에 언제나 물어 본다.
굴비를 자신이 손질해 줄 지 말 지를.
서너달 전 대전에서 보리굴비를 맛 본 후
오늘 처음이다.
물론 보리굴비 하면 법성포가 제일이긴 하지만
요즈음은 전국 어디나 비슷한 가격이면 그 맛도 비슷 하다.
식당을 나오며 식당가 입구에 위치한 작은 전시장.
꽤 자주 작품들이 바뀌는 편이다.
한 번씩 작품을 바꾸기 위해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함께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손이가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텐데
작품 한 점 , 한 점을 바라 볼 때 마다 그 수고로움이
감사하게 느껴 진다.
오히려 작품 감상은 덤으로 다가 오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작품 속 소녀의 표정과 몸짓이 웃음을 짓게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만약 행복이 표정이 있다면
바로 이 표정과 몸짓이 아닐까.
다음날 아침
그와 내가 함께 차린 맞상(겸상)
새우는 집에 오는 길에 크고 먹음직 하여
둘 다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한 소쿠리 담아 왔다.
부랴부랴 굵은 소금으로 소금구이를 했기에
따로 간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둘 다 좋아하는 갑각류이기도 하고.
이 번에는 둘 다 가능하면 외식을 하지말고
집밥을 해 먹기로 했다.
더구나 하루 이틀 머물다가 갈 것도 아니고
이 번에는 거의 일주일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들이라
만나면 가깝거나 멀거나
혹은 겨울이거나 한여름 이거나 늘 여행을 다니고 했는 데
이 번에는 겨울은 건너 뛰고 봄에 한 차례 돌기로 합의를 보았다.
대신에 이 번에는 내 집에 머물면서 각자의 요리솜씨를
한껏 뽐내기로 했다.
대신 맛난 커피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여행 대신 즐기기로 했다.
흰여울 문화마을도 가고 감천문화마을도 가고
송도해수욕장과 다대포 해수욕장
그리고 광안리와 해운대도 다니기로 했다.
(송도 암남공원에 위치한 카페이엘 16.52
16.52
해발이다.)
이 번에 그와 내가 함께 한 시간 중에서
가장 맛나게 마신 커피.
콜롬비아와 볼리비아.
맛있는만큼 가격도 비쌌지만.
한 잔에 만원이 넘는.
그러나 가끔씩 하는 호사는 생활의 활력소이지 않은가.
그와 나의 마지막 아침 식사.
긴 시간 함께 한 후의 마지막 만찬치고는 너무나 소박하다.
그너나 정성은 가득 하다.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그와 나.
친구일까
그냥 여인일까
아니면 연인일까
그 생각은 각자의 몫이다.
나도 그녀도 그리고
당신도.
'소소한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님을 위한 준비.. (1) | 2024.02.29 |
---|---|
딸 아이의 귀한 선물.. (1) | 2024.02.22 |
송이, 후니와 함께 한 설 나들이... (1) | 2024.02.11 |
오래된 일본식 가옥을 찾아 가며... (1) | 2024.01.23 |
참 우울 하다 (1) | 2024.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