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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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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을 앞에 두고 신년 액땜을 하다...

달무릇. 2023. 2. 15. 13:47

ㅠㅠ...

미리 약속을 한 대로 날짜와 시간을 맞추어

벗이 왔다.

 

그가 오는 시간에 자갈치 시장 두어 곳과 부평동 시장 앞

두어 곳을 미리 둘러 봤다.

 

대게와 랍스타를 좋아하는 그를위하여 미리

좋은 가게를 알아놓기 위해서다.

 

자갈치 시장은 회와 멍게, 해삼 등 해산물과 함께

매운탕을 준비해 주면서 대게는 킬로그램 당 8~9만원이고

킹크랩은 9~10만원 선이었다.

 

부평시장은 대게와 랍스타가 킬로그램당 6.5~7.5만 으로

요즘 물가에 비해서는 그래도 꽤 가성비가  있는 편이었다.

그가 오면 자갈치 시장이나 부평시장에서 먹기로 하고

 

 잠시 남는 시간에 40계단을 둘러보러 가는 중에

새로 생긴 대게와 킹크랩전문 식당이 눈에 들어 왔다.

 

동광동 부산호텔과 힐호텔 부근에 새로 생긴 가게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개업한 지 석달이 되었다고 한다.

 

자갈치나 부평시장처럼 사이드 디쉬(해삼 ,멍게밑반찬)가 없는 대신

대게나 킹크랩을 싸게 제공한다고 했다.

킬로그램당 84000원에 제공한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 주인에게 3킬로그램 짜리 킹크랩을 2.8킬로에 주문을 해놓고

부산역에서 벗을 만나 백산기념관 주변에 있는  그 가게로 다시 찾아 갔다.

가게에 도착하기 전 벗에게는 잔뜩 기대를 부풀려 놓았다.

나 역시 개업한 지 이제 갓 3개월이 지났다고 하니

은근 꽤 기대를 하고 다게 란으로 들어 섰다.

 

그런데 이게 뭐람!

상에 올라 온 킹크랩을 보자마자 우리 둘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킹크랩 3킬로그램짜리

명색이  한 마리에 250,000원이나 하는 킹크랩의

꼬라지라니!!

 

난 기대를 잔뜩 갖게 한 벗에게 미안하여

3~5만원  정도를 던져 두고 그냥 가게를 나오자고 하니

그는 신년이니 괜히 젊은 주인과 실갱이를 하지말고

그냥 막자고 한다.

25만원 정도는 그냥 신년 액땜을 한 걸로 치자고 한다.

 

그랬다

우리는 그냥 그 걸로 신년 액땜을 참 잘 한 걸로 치자고 했다.

그러나

이 킹크랩을 아무리 훓어보고

잘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대게나 킹크랩을 두어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 킹크랩은 오랫동안 냉동실에 있었던 것이거나

아니 어쩌면 생물이라고 치더라도

최소한 몇 달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굶은 꼴의 킹크랩 꼬라지다.

 

속에 살은 거의 없고

그나마 붙어 있는 살도 질기고 텁텁하다.

 

적어도 내가 주인이라면

삶아져 나온 킹크랩의 모습이 이 정도라면 손님에게 사과라도 하고

새로 쪄 올리는 게 상도의에 맞지 않나 싶다.

 

그것도 새로 개업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다면 말이다.

그래도 미안했던지

주인은 계산을 할 때에 200그램의 값을 할인 해 주었다.

 

젊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

그것도 이제 갓 개업한 가게에서

손님에 대한 이 정도의 서비스로 어떻게 길게

가게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야 뭐

그냥 벗의 말대로 신년 액땜을 한 번 한 걸로

그치면 그만이지만...

가게를 나오자마자 우리는 바로 주변에 있는

카페 연경재로 갔다.

 

입안의 텁텁한 기운을 얼른 지우고 싶어서다.

 

25만원짜리 킹크랩 맛보다

그 10분의 1인

25000원짜리 커피와 디저트가 우리의 기분을 

더욱 행복하게 해 준 하루다.

 

둘이서

신년 액땜도 잘 하고.

 

타인 하고 다투지 않은 하루도

그냥 그저 행복한 일상이지 않은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