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에 젖은 가을 나비의 날개와 같은 일상.
그 끝을 빤히 들여다 보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미련의 끝이 초로와 같다는 것도 알면서.
그래도 아직은 미련을 가져 볼만하다고
스스로 달래 보면서
정성껏 아침 상을 차려 내었다.
엊그제 새로 산 믹서기에 토마토 쥬스를 한 잔
함께 내리며.
그리고 찾아 간 바닷가 한 적한 카페.
주술에 걸린 들쥐마냥
매양 같은 곳을 맴도는 게 꼭 닮았다.
커피 한 잔 하고
바닷가 근처 숲속을 한바퀴 돌며
그 언저리에 놓인
저수지에서 잠시 가을을 줍고는
푸르디 푸른 편백나무 숲을 걷노라니
나도 몰래 젊은 날의 풋풋한 사랑을 꿈꾸던 시절로 돌아 간다.
그 시절이 언제 였던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아득한
한 때.
그래도 청춘은 다 보냈던 그 시절이
오늘은 유독 그립다.
가장 뜨겁게 사랑을 해 보았던
그 시절이었던 탓이리라.
아주 잠깐 젊은 피가 곤두선다.
참을 수 없어
또 다시 작은 카페 하나를 찾아 들어 간다.
맞은 편 카페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창가 자리.
두 젊은 이의 다정한 소곤거림이
칸칸이 막힌 창을 뚫고 귓바퀴로 스며 든다.
한 때는 내게도 있었기에
부럽지는 아니한 소곤거림.
그러나 참을 수 없어
푸른 계단을 서둘러 내려 온다.
화려한 젊은이들로 가득한 카페 거리를 벗어 나
한적한 바다로 다시 찾아드니
그제서야 다시 나로 돌아 온다.
나
나도모르는 나.
그러나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나.
'소소한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살아가는 이유... (3) | 2023.11.12 |
---|---|
영화도 보고 모리쵸도 가고... (4) | 2023.10.31 |
내가 가진 행복... (4) | 2023.10.12 |
귀여운 벗을 맞이 하며... (2) | 2023.09.10 |
평범한 일상 속에 앉아... (3) | 2023.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