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떠난다.
무작정 집을 나와
정처없이 길을 떠난다.
집에 찾아 올 이 없고
밖엔 찾아 갈 이 없어도
길을 떠난다.
아침으로 김치찌개와 간장게장으로 좀 든든히 배를 채운 후
느즈막하게 집을 나섰다.
특별히 갈 곳은 그다지 없다.
그냥 밖을 나와 무작정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발길은 예쁘고 귀여운 어느 모노레일 앞에 섰다.
대한민국 최초 현수식 모노레일이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식 모노레일.
부산은 많은 집들이 언덕이나 고갯마루에 있어
계단도 많고 또 그 계단들이 높고 가파르다.
그래서 최근들어 시.구청에서 이러한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덜어 주기 위해 산복마을 입구 곳곳에 모노레일을 설치해 주민들이 쉽고
편하게 집을 오고 가게 해 주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많은 곳이 영주동, 초량동, 수정동 산복 마을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모노레일을 우연히 마주친 것은
오랫만에 중앙공원과 민주공원을 둘러보기 위해서 였다.
거의 일년 전에 가 보고 오늘 처음 가 보는 것이다.
중앙공원과 민주공원은 지천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의 이름이 각각 다르다.
중앙공원은 현충탑이 있고
민주 공원에는 4.19의거 탑이 있다.
그런데 이 4.19탑은 원래 용두산 공원에 있던 것인데
여기 민주공원으로 옮겨 왔다.
이런 것에 흥미를 가질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길을 가다보면 그냥 우연하게 이런 조형물이나 시설물들을
만나게 될 확률은 많다.
그래서 집에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평화롭긴 하겠지만
이런 의도치 않은 만남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조형물뿐만 아니라
뜻밖에 좋은 인연도 만나게 될 일도 있지 않겠는가.
그게 다 사람 사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오늘도 참 많이 걸었다.
토성동에서 민주공원을 거쳐 초량에서 자갈치까지 걸었으니
집에 오는 길에 식당 앞을 지나려고 하니
문득 배가 고프다.
집에 가 봐야 별로 먹을 것도 없고
또 상차리기도 번거로우니 아예 사 먹고 들어 가자.
칼자장과 부먹으로 요기를 대충 한 후 집으로 오니
반갑게 맞아 주는 건 앙증맞은 다육이 몇 개다.
요즈음은 반려식물이 대세라고 하지만
예전부터 집에서 기르던 다육이들을 여기저기 나눔하다보니
이제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남은 세월
누군가와 오순도순 지낼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의 봄, 만발한 진달래 밭과 활짝 핀 벚꽃... (1) | 2023.03.15 |
---|---|
단팥죽 전문 카페의 풍경... (0) | 2023.03.14 |
봄이 듬뿍 찾아 온 용두산 공원 풍경... (0) | 2023.03.11 |
부산 오륙도 앞 수선화 밭 풍경... (0) | 2023.03.10 |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문한 카페... (1) | 202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