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일상인 삶

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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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지금 경주는 한창 봄이다...

달무릇. 2025. 3. 15. 11:08

^*^

비록가진 게 없어도

누추하지만

내 한 몸 편히 쉴 오두막이 있고

굶지 않을만큼 삼시세끼가 있고

 

헐벗지 않을만큼 의복이 있고

외롭지 않을 정도의 이웃이 있으니

이 만큼만 해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요즘 계속 날씨가 포근하다.

봄이 거의 다 왔나보다.

어제는

저녁 시간이 훨씬 지나 밤중이 가까웠는 데도 불구하고

차가운 밤 기운이 없다.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가 포장마차촌에 이르자

나도 소주 한 잔이 그리웠지만

함께 마실 이가 없어 참았다.

 

누군가와 함께 밤마실을 나왔다면

아마도 선뜻 한 잔하러 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다.

 

술이 약하지만

분위기가 발길을 유혹한다.

오늘 아침은 의도치 않게 굶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현관문 카드를 분실하여 

집 근처에 있는 열쇠 수리점에 들렀더니

카드만 사서 등록만 하면 된다고 하였다.

 

등록을 할 줄 모른다고 하니

그러면 오늘 아침에 와서 등록을 해 주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더니 아침 일찍 와 버린 것이다.

 

집에서 가게까지 걸어서 기껏 3~4분.

등록하는 데 1~2분.

그래도 출장비는 3만원을 줘야했다.

카드값 2만원.

도합 5만원이 들었다.

 

 

이게

요즘의 인건비다.

그러고보면 식당의 음식값은 참 싸다.

단돈 1~2만원에 식사는 물론 설거지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식사를 즐길 수가 있으니...

 

원래는 카드 한 개 가격이 만원이지만

만약을 위해 아예 두 개를 해 버렸다.

 

비록

이제 석달만 있으면 비워줘야 할 집이지만...

대신

아점으로 식당에서 챙겨 먹을 요량으로

좀 느즈막하게 집을 나왔다.

백화점 10층 식당가로 갔다.

처음 주문 해 본 전복버섯 솥밥이다.

생각보다 의외로 맛있다.

 

다행이다.

 

그러나

막상 식당을 나와도 갈 곳이 마땅찮다.

결국 발길이 향한  곳이 부산역이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온 곳

바로 경주다.

 

한 달만에 찾아 온 경주,

 

겸사겸사 여기 저기 집도 알아 볼 요량으로 왔다.

그러나 경주역에서 날 젤 먼저 반긴 것은

갓난 아기의 솜털같은 뺨을 닮은

살짝 얼굴만 내민 하얀 목련꽃이다.

 

예쁘다.

그리고 난 후 찾아 온 곳.

당연히 대릉원과 황리단길 이다.

 

경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황리단길에 내리자마자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이

풍경보다 빵집이다.

 

찰보리빵을 최초 발명한 집.

찰보리빵 원조빵집의 빵맛이 궁금하다.

 

내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맛이라도 보고가자고 들렀던 것이 의외로

빵을 제법 샀다.

생강라떼와 함께.

역시 빵도 맛있고

라떼도 맛있다.

 

원래 칭찬을 잘 하는 나이지만

어쨌든 맛나다..ㅎ

실내인테리어도 아기자기.

빵집에서 사거리만 건너면 대릉원이다.

파릇파릇 여기저기 봄기운이 가득 올라오고 있다.

대릉원의 목련들도 활짝 필 준비를 여기저기서 

하고 있다.

 

예쁘다.

곱다.

산수유는 이미 활짝 핀 지가 오래다.

파아란 하늘색과 너무 잘 어울린다.

오늘 대릉원에서 가장 반한 

풍경이다.

바로 그 옆에는 갓 물오른 능수버들의 옅은 연두색이

더할 나위없이 고혹적이다.

여인의 춤사위 같다.

대릉원을 나와 천천히 황리단길을 걸어 본다.

벌써 다섯 시가 다 되어 간다.

 

그러나 내게 시간이란 게

무슨 의미?

금요일.

아직은 주중.

그래도 관광객들이 골목골목 여기저기 눈에 띈다.

외국인들도 이제는 참 많이 보인다.

홍매화.

햇볕에 반사된 꽃잎들이 피보다 붉다.

능수매화를 끝으로

경주 나드리를 끝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

식당가에서 간단하게 초밥을 먹을까 생각하며 들어 갔는 데

마침 입구에서 회와 초밥 할인 행사를 한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다 싶지만

오랜만에 포식을 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 마시고 싶던 술을 대신 오늘

한 잔 하면서.

 

또 긴 여행에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술을 마시며 눈에 들어 온

 

텔레비젼 화면에 비친 

화들짝 놀랄 통계.

70세까지 백 명 중 86명이나 생존 해 있던 사람들이

80세에 이르자 거의 다 죽고 겨우 30명만  살아 남는다니.

 

단 10년 사이에.

 

역시 노후에는 더욱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것이

건강인가 보다.

 

하긴 

사람이 살아감에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있을까.

 

이제는 먹는 것 하나에도

살펴야 할 나이인 것 같다.

 

나도

당신도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봄으로

청춘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