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와 바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세의 다릿길을 지난 후
긴 밤의 하루가 갔다.
그 바닷길은 왠지 모르게
아련한 소녀에 대한 추억으로 데려다 주었다.
거의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조그만 그리움과 회한.
그러나
그 때가 참 좋았던 것 같다.
세상 못 이룰 게 없었고
하지 못 할 게 없었던
그 때가.
문득 해협을 이루는 좁은 바닷길 저 끝에 보이는
단풍 숲이 작은 내 눈을 잡아 끈다.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가자 작은 밭은
숲을 이루며 내 눈 가득히
들어 왔다.
찬란하고 황홀한 막바지
가을빛을 가득 품은
아롱다롱 낙엽들.
그리고 그 끝에 보이는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푸르른 하늘 아래 솜털 양탄자.
바다를 뒤로 하고
하늘을 우르러 보며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눈 앞에 거대한 자태를 드러내 보이는
공룡 형상.
아무도 없는 드넓은 광장을
꽉 채우는 우람한 몸체.
주위의 키 높은 나무들을
압도할 듯 하다.
그리고
그 주위의 크고 작은 공룡들.
뿐만 아니라
그 공롱들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는
깆가지 색의 국화꽃들.
아직도
공롱축제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며칠 전에 축제가 끝난
이 넓은 광장을 나 홀 로
걷는 게 되려 신기 하다.
그래서 일까.
이 곱디고운 단풍 잔치를
오롯이 나 혼자만
즐기는 게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딱히
누구에게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걷기만 하자.
오로지 걷기만 하자.
곁눈질로 살짝 보이는
바다만 길벗으로 삼은 채.
누가 이 가을 나와 같은
호사를 누리고 있을까.
바다를 끼고 있는
팔색 단풍길과
오색 낙엽길을.
'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산 콰이강의 다리 위에서 (0) | 2025.11.20 |
|---|---|
| 고성 옥천사의 가을 은행 나무 (1) | 2025.11.19 |
| --한옥 카페 에븐의 가을 풍경 (1) | 2025.11.18 |
| 광안리 해수욕장 부산 불꽃 축제 풍경 (0) | 2025.11.15 |
| 선셋 카페에서 석양을 바라 보며 (0) |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