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일상인 삶

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소소한 일상과 여행이야기

잡다한 풍경과 여행이야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달무릇. 2026. 3. 17. 20:44

^~^
작은 틈이 벌어졌다
손끝의 살
말 한마디로도
갈라질 듯한 곳에

찬바람이 스며들고
비누거품 하나에도
세상이 따갑다

나는 그 틈으로
하루를 느낀다
닫히지 않는
문틈 사이에서
ㅡ생인손ㅡ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다
다 놓아 버리고.

오늘처럼 잔잔한 구름이
시름 한 점 남겨놓지 않고
바람이 남기고 간
길을 따라 가듯

나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발길이 가는대로
떠나고 싶다.

때로는 내 흔적이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되돌려 발길을 재촉하고
싶다.

다시 그 길들을 되짚어
갈 수 있을만큼
체력도 정력도 남아있기나
할까.

대신
조용한 카페를 찾아
커피 한 잔의 쓴맛에
그리움을 실어올 뿐.

사성암 대신 복천암을 찾고

시카고를 가는 대신
낙동강변의 작은 카페를
찾는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발길이 가는 대로.

그래도
작은 위안이 된다.

발길이 나를 데려 온
소소한 곳곳이
그나마 아주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을 되살려 주고
있으니.

 

다시 무심히 낙동강변을 걷는다.
무심히.

유유히 발길 젓는 철새.
이제 곧 그들도
또 다른 고향을 찾아
떠나겠지.

그들이 부럽다.
여지껏 지녔던 그 모든 것
훌훌 떨치고 떠날 수 있음이.

나도 그들처럼 내 모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그렇게 히지 못하는
내 욕심이 원망스럽다.

남은 내 봄에
내 몸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